사골국을 끓였다. 다시 만들 자신은 없어서 기록해둔다
→ 요리를 잘 못해서 자꾸 까먹는 나의 사골 육수 도전기
요리를 못해도, 사골은 끓였다
나는 요리를 못한다. 정확히는, 해도 기억을 못 한다.
그래서 블로그에 적어둔다. 다음에 또 만들어 먹고 싶은데 까먹을까 봐.
이번엔 사골국이다.
"엄마만 할 수 있는 요리"라고 생각했던 그걸… 나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다시는 못할지도 모르니까, 하나하나 다 적어놓는다.
까먹는 나를 위한 요리 노트, 시작!
🥘 재료
(약 20L 들통 기준)
- 한우 사골 1팩
- 잡뼈 1팩
- 양지고기 1kg
1. 한우 사골과 잡뼈를 찬물에 담가 핏물 제거
수입산은 한우만큼 잘 우러나오지 않아 비추. 돈 아껴보겠다고 수입산 샀다가 후회한다.
전날 밤 물에 담가 다음날 아침까지 빼둔다.
만약 핏물 못 뺄 상황이라면, 한 번 끓여 불순물 제거한다.
2. 불순물 제거
뼈를 하나씩 물에 헹궈 냄비에 담고 찬물을 뼈가 잠길 만큼 부어 끓인다.
중요: 사골을 아래, 잡뼈는 위에 넣기.
>> 잡뼈엔 고기가 붙어 있어 맨 바닥에 놓아 눌리면 탈 수도 있기에 고기가 없는 사골을 먼저 넣는다.
물은 꼭 '찬물'로 한다. 따듯한 물을 보일러 배관을 타고 온다는 것을 잊지말자.
팔팔 끓이면 사골이 우러나니, 뜨거워지기만 하면 불을 끄고 싱크대에 모두 붓는다.
※ 핏물 못 뺐을 경우, 이 과정까지 총 두 번 끓여야 함.
3. 뼈 손질
끓인 뼈에서 기름은 최대한 제거한다(손 또는 가위 사용) . 그래야 나중에 기름을 떠낼 때 편하다.
사골 안에 있는 '골'은 손가락이나 가위로 밀어내서 버린다. >> 이거 때문에 맛이 탁해질 수 있다.
골 제거 후 흐르는 물로 깨끗이 세척한다.
4. 1차 끓이기 (7~8시간)
손질한 뼈를 냄비에 사골-잡뼈 순으로 넣고 뼈가 다 잠길 때까지 찬물을 붓고 끓인다.
분순물이 아직 생길 때이기 때문에 안 좋은 색의 거품이나 기름이 떠 있을 때 수시로 국자로 제거한다.
고기를 넣는다면 이때 투입 → 고기는 별도 피를 뺄 필요 없이 덩어리 채로 삶는다.
5. 졸이기 반복 (4회)
뼈가 보일 정도로 물이 졸아들면 처음 높이만큼 찬물 붓고 끓이기 반복한다. (약 4회)
기름은 수시로 국자로 제거한다.
세 번쯤 물을 넣어 끓일 때 쯤 고기와 잡뼈에 붙어있는 고기 익힘 상태를 확인 후 꺼내어 살짝 식힌 후
잡뼈의 고기는 분리해서 뼈는 다시 끓는 통에 담고,
별도로 산 고기는 식혀서 잘게 찢어 완전 식은 후에 냉장고에 보관한다.
>> 이 때 사골 뼈는 고기가 붙어있지 않으므로 계속 끓이면 된다.
마지막 4번째에 졸일 때에는 1~3번째 보다 더 졸여도 된다.
6. 육수 걸러 담기
4번 끓인 육수를 붓기 전에 뼈는 따로 빼놓고, 큰 통을 준비하여 육수는 채반으로 거른다.
>> 큰 통을 더 준비하는 이유는 4~5번의 과정을 세 번 정도 더 반복하여 육수를 모으기 때문에 큰 통이 필요하다.
육수를 채반에 거르지 않으면 잡뼈에서 떨어져 나가는 기름 등이 섞이기 때문에 채반에 걸러 버린다.
이 때 고기를 함께 삶으면 노란색, 사골뼈만 끓이면 뽀얀 국물이 나온다.
7. 2차 끓이기 (~5시간)
다시 들통에 사골-잡뼈 순으로 넣고 찬물 붓고 졸이기 반복한다. (3~4회)
기름은 수시로 제거해야한다.
8. 3차 끓이기
7번과 동일하게 진행한다. 늦은 시간이면 처음만 팔팔 끓여놓기만 하고 다음날 다시 끓인다.
9. 4차 끓이기 (1회)
영양가보단 뽀얀 국물 얻기용이다.
한 번만 졸이되 평소보다 많이 졸여 전체 육수에 합친다.
10. 최종 졸이기 & 소분
들통을 분순물이 묻어있지 않게 깨끗하게 닦아 모든 육수 합쳐 붓고 끓여서 졸인다.
많이 졸이지 않아도 된다. 다 끓이고 나면 식힌 후 마지막으로 위에 떠있는 기름을 제거해준다.
소분: 육수와 고기 각각 1~2인분씩 냉동한다.
냉동실에 오래두고 먹을거라면 육수와 고기를 따로 소분해 놓는 것을 추천!
얇은 기름막은 얼음 넣은 비닐로 살짝 대면 기름이 얼음 찬 기운에 붙어서 나와요!
기름막이 두껍다면 조심스럽게 걷어내요.
맛소금+후추 미리 섞어 준비
대파 송송 썰어 넣기 좋게 준비


참고
내가 총 과정을 마무리했을 땐 꼬박 2일이 걸렸다.
기름을 2~30분 간격으로 확인하여 기름을 제거했다. 덕분에 최종 기름 제거는 편했고 그만큼 맛도 깔끔했다.
육수를 식혔을 때 위에 하얗게 뜨는 게 있다고 우유를 넣은 것이 아니다. 식히는 과정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육수 색이 노랗다고 핏물을 완전히 제거 못한 것이 아니다. 고기를 함께 삶기 때문에 노란 것이다.
고기를 삶지 않았을 때에 육수는 뽀얗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적는 이유
사골을 끓이기를 마음 먹었던 것은 단지 신랑이 사골을 좋아한다는 한마디였다.
(사골이야 사먹으면 되지. 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한 번 쯤은 내 손으로 해주고 싶었다.)
그 한마디에 난 친정 엄마를 소환해 끓이기 시작했고, 난 4일동안 총 두번의 사골을 끓였다.
사골을 끓이는 동안 정말 잠깐 장보는거 외엔 나갈 수가 없었다.
4일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가스렌지 앞에 서서 기름을 걷어내야 했고, 얼만큼 졸여지는지도 확인해야했다.
그렇게 난 사골과 함께 우려졌지만 덕분에 신랑은 아주 맛있게 일주일 내내 먹었다.
어렸을 때 난 엄마가 해주는 사골이 너무 먹기 싫었다.
너무 진했고 진한만큼 느끼했고..일주일 내내 먹는게 힘들었다.
엄마는 그땐 냉동실에 넣고 먹고싶을 때마다 꺼내먹을 수 있다는 걸 몰랐다고 했다.
그래서 상하지 않게 계속 끓였고 그때마다 사골은 더 진해졌다.
사골을 처음 끓여본 이제서야 친정 엄마가 직장생활과 집안일을 모두 도맡아 하면서
어떤 마음으로 그 오랜시간 사골을 끓였을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아직도 친정 엄마는 요리를 못하는 결혼한 딸을 위해 매번 레시피를 알려주고 있다.
난 이 레시피들을 노트처럼 하나씩 기록할 예정이다.